고2 남학생입니다. 꿈은 아직 없고 그냥저냥 매가리 없이 살고 있습니다.그냥 돈이라도 벌려고 취업 잘되는 곳으로 전공하려해요. 솔직히 저는 글을 쓰면서 살고 싶어요. 아니면 그림이요. 이제야 제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된 것 같은데 막상 진지하게 도전할 용기가 영 생기질 않네요. 꿈을 정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어요. 당장 1년만 지나면 대학에 가야하는데 애매모호한 꿈으로 시간 돈 다 날려버리는 건 부모님한테 너무 미안하잖아요. 그럼 일단은 좋은 곳 취업해서 취미로 하는 게 제일 최선이라는 건 저도 잘 알아요. 나름의 결론으로 삼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뭔가 잘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. 당장 내일이 시험인데도 공부를 안 했거든요. 아예 안 한건 아니고 그냥 겉핥기로 몇번 보긴 했지만, 그냥 애매모호하게 시간도 버리고 성적도 버린 것 같아요. 공부를 하지 않은 시간 동안에 딱히 의미있는 활동을 하지도 않았어요. 그냥 유튜브나 보고 멍 때리고 그랬네요. 어릴 때는 제가 정말 똑똑하고 미래가 유망한 줄 알았어요. 실제로 모두 그렇게들 말해주셨고 저도 행복하게 살았어요. 그런데 중3을 거쳐가면서 제가 이상해진 것 같아요. 그때 저는 세상 사람들이 싫었고, 반 애들이 싫었고, 특히 친형이 죽도록 밉고 너무 혐오스러워서 힘들었어요. 얘는 왜 이런 말을 하지. 왜 나한테 피해를 주지. 왜 자기밖에 생각을 안 하지. 다들 왜 이렇게 짜증나는거지.. 등등등. 이런 생각을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. 다들 저한테 무례하게 구는 것 같았고, 저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았고, 그래서 자꾸 선을 넘는 것 같았어요. 친구들한테 공책이 찢어지기도 했고 또 어느날은 애들 장난 때문에 밥을 한 숟갈도 못먹고 버리기도 했어요. 제 자전거에 끈적끈적한 음료수를 뿌려놓고 몇 주 후에 웃으면서 직접 제게 말한 적도 있었어요. 집에 오면 항상 형이 무례한 말을 툭툭 던져대서 기분이 나빴어요. 저를 무시하는 게 분명해보였어요. 짜증도 났고요. 근데 이상하게 저는 그런 것들에 별로 화를 내지 못했어요. 이정도는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. 그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저를 만만하게 본다는 뜻이니까요. 태어날 때부터 그런 기질이 있었던 것 같아요. 싫은 것을 제때 풀지 못하고, 속에 묵히고 또 묵혀서 썩게하는 버릇이요. 왜 그랬을까요. 저는 건강하게 감정을 풀지 못했어요. 계속 반복되니까 사람 자체를 싫어하게 된 것 같아요. 사실은 제 문제였는데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았나봐요. 응어리가 져 무의식 속에서 쌓이고 쌓이다가 고등학교 때 터졌는데, 입학 즈음엔 죽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. 지금도 가끔씩 힘들어지면 제일 먼저 죽어버리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이 들어요. 아직 고치지 못한 것 같아요. 남한테도 마찬가지예요. 저한테 무례하게 굴거나 시비라도 거는 뉘앙스를 맞닥뜨리면 상대방을 정말 죽이는 상상을 해요.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로 어떻게할지, 어디서할지, 그렇게 하고 나면 어떤 영향이 따라올지까지 생각을 해요. 그러고도 대부분 기분이 나아지질 않아서 울어요. 별로 울고 싶진 않은데 항상 울었던 것 같아요. 눈물이 날 때면 계속 내가 문제인가, 왜 자꾸 나한테 못되게 구는 거지, 역시 내가 만만하구나 이렇게 울어요. 걔가 나쁜 거라고 주위를 돌려도 잘 안 돼서 내가 아니라 체격 좋고 힘 센 누구누구였으면.. 이런 비교를 해요. 어느 순간부터 감정 회복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. 그냥 뇌가 망가진 것처럼 그렇게 변해있더라고요.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. 가끔씩 간헐적으로 무기력하고요, 또 슬프고 괜히 아무것도 없는데 눈물이 나고 자책도 하고 멍하니 있고 그래요. 제가 정말 정신이 아픈 걸까요. 상담이라도 받아야 할까요? 전 제가 강한 사람이면 좋겠어요. 신체적으로도 건강하고, 정신적으로도 탄탄해서 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어요. 그렇게 살아보는 게 꿈인가봐요. 조언 좀 해주세요.